세계사에서 험난한 역사를 견디고 살아남은 대표적인 민족을 꼽으라면 유태인을 들 수 있다. 유태인은 수천 년을 나라 없는 민족으로 세계 곳곳을 떠돌며 노예로, 포로로, 강대국의 속국으로 압제와 박해 속에서 살다 20세기 초반에는 나치에 의해 600만명이 이유 없는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그후 유태인이 다시 이스라엘을 건립한 후에는 세계도처에 거주하는 유태인들이 성금을 모아 나라 없는 민족으로 살았던 선조들이 감당해야 했던 희생을 사실대로 기록해 놓은 역사관, 「야드바셈」을 건립했다고 한다.
야드바셈 입구에는 과거와 같은 비극적 상황을 다시는 재현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용서하자 그러나 기억하자(Forgive but Reme mber)」라고 표기했으며 이스라엘은 야드바셈을 통해 국가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전하고 있다.
과거 우리 민족에게도 이와 흡사한 시련의 세월이 있었다.
오천년의 역사 중 유일하게 타국에 의해 지배를 받았던 설움의 세월 35년, 1905년 11월 17일 일제에 의거 을사늑약 강제 체결후 우리는 주권 없는 나라의 백성으로 타국을 떠돌며 고초와 시련의 시절을 보내야 했다.
나날이 기세를 더해가는 일제의 총칼 앞에서 우리민족은 점차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암담하던 시절 우리에게 끊임없이 민족혼을 일깨워주고 광복에 대한 희망을 심어준 분들이 계셨다.
일제 침략 당시부터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국내는 물론 머나먼 타국 땅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하며 오로지 빼앗긴 나라를 되찾겠다는 신념 하나로 가시밭길을 걸으셨던 애국선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암흑의 세월 속에서도 광복에 대한 희망을 키워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분들 중 대다수는 꿈에도 그리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낯선 타국 땅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이렇게 평생 조국을 위해 헌신하다가 광복을 보지도 못한 채 돌아가신 순국선열들의 위훈을 기리고 숭고한 애국정신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1939년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는 11월 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제정하고 매년 추모행사를 개최하게 되었다.
과거 순국선열의 날 행사를 광복회, 순국선열유족회 등 민간단체가 주관했으나 순국선열의 애국애족 정신을 범국민정신으로 승화시키고 이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1997년부터는 순국선열의 날을 정부기념일로 공포, 정부차원에서 기념식과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날인 11월 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제정하고 매년 기념식을 거행하는 것은 역사적 비극을 전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이 야드바셈을 통해 국가의 소중함을 국민들에게 전한다면 우리는 순국선열의 날을 계기로 국가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