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너머 개울에 가재가 많았대지, 아마…」 어느 가재울 마을이라도 그 이름의 내력을 물으면 비슷한 대답이다. 그러나 대개 「가재울」과 가재는 별 관계가 없다』 지난 14일 열린 한국땅이름학회 제38회 추계학술발표회에서 배우리 한국땅이름학회 명예회장은 「가재울과 가좌동에 대한 땅이름연구」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배 명예회장은 『가재의 정의를 사전에서 살펴보면 가재는 하천 상류의 돌 밑에 산다고 돼 있는데 가잿골 분포 상태를 지역적으로 살펴본 바, 대부분 냇가와 거리가 먼 곳이 많았다』고 밝혔다. 배 명예회장에 따르면 특히 서대문구 가좌동은 「모래내」라고 불릴 만큼 모래가 많았던 내로 산 속도, 내의 상류도 아니다. 따라서, 「가재울」이란 이름이 「가재」 때문이라면 「모래내」란 이름과도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배 명예회장은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땅이름은 위치 개념의 것이 많다』며 『「가재울」도 위치와 관련지어 생각해 보면 「가재」는 「가장자리」의 사투리인 「가새」나 「가쟁이」를 뜻하는 것일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고전시에서 「갓」이 「가장자리」의 뜻으로 쓰였던 사실은 이러한 해석의 신빙성을 한층 높여준다.
그는 「가장자리 마을」을 뜻하는 단어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가장자리를 뜻하는 「갓」과 마을의 「울」을 연결할 수 있는 모음 「아」나 「애」가 개입돼 가재울이 된 것으로 얘기하고 있다.
배 명예회장은 『가장자리란 뜻의 옛말인 갓은 가사, 가자, 가재 등으로 전음돼 전국에 많은 관련 지명을 이루게 했다』고 말했다. 이 가재울과 같은 식으로 형성된 땅이름은 가새울(갓+애+울), 가사울(갓+아+울), 도래울(돌+애+울)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고래울」(골+애+울)도 가재울과 같이 생각하면 「고래가 많이 잡히는 마을」로 오역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이날 배 명예회장의 발표와 관련 토론을 맡은 우원상 땅이름학회 이사(본지 고문)는 『순수한 우리말로 된 지명을 한자화 하면서 일차적으로 왜곡 시켰고, 또 그 한자의 음이나 글자 뜻을 풀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그럴듯한 설화로 만들어 내고 있다』며 『이는 우리의 향토문화, 역사, 얼을 완전히 왜곡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이 발표가 당장 어떤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학계나 단체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가재울 유래에 대한 연구와 검증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발판이 되고, 땅이름의 잘못된 어원을 바로잡는 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