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단소리」는 서대문사람들 명예기자단이 지역을 돌아보며 생활 속에서 느낀 점을 날카롭게 또는 부드럽게 서술하는 칼럼형식의 글입니다.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다. 예년에 비해 여유 있는 연휴 덕에 힘든 일상에 허덕이던 이들에게 달콤한 휴식을 기대하게 하고 즐거운 고향 가는 길을 힘겹게 했던 교통체증도 다소 덜할 것이라고 한다 - 돌아오는 길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 아울러 일부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며느리들이 이왕 나선 길 친정까지 들려올 수 있는 기대 가득한 한가위 연휴가 다가오고 있다.
나라 여기저기에서 갈등의 목소리는 높고 시시각각 들려오는 뉴스들은 과연 이곳이 인간세상인가 싶은 소식들로 넘쳐나고 복잡한 그래프를 들이미는 전문가들의 설명 없이도 여기저기에선 생활의 팍팍함을 외치고 있다. 시리도록 파란 가을 하늘이 서글플 지경이다. 허나 쟁쟁하니 울리는 소음들 속에서도 나직하게 들려오는 이웃들의 선행에 귀 기울인다.
넉넉지 않은 살림 속에서도 독거노인을 위해 상차림을 준비하는 아주머니의 소박한 미소 /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얼마의 쌈짓돈을 꾸준히 기부하는 가장의 때 묻은 옷깃 / 장애우 친구를 위해 등하교 길을 함께 하며 친구를 위한 당연한 일이라 쑥스러워하는 소년의 거뭇한 콧수염 / 스스로 왕따였던 경험을 살려 인터넷에 왕따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아픈 가슴을 보듬는 여린 소녀의 작은 어깨 / 몇 십 년 전의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하는 주름진 노인의 손길이 아름답고 감사하다.
하기는 「광에서 인심난다」는 옛말도 있지만 사람 사는 정이야 주머니 얇다고 가벼울 리 있겠나.
그러고 보면 「한가위」가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이유는 쌓여가는 가을걷이의 풍요 때문만이 아니라 그로인해 모른 채 지나치던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여유를 주어 우리 가난한 마음을 풍성하게 해 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한가위에는 비록 두둑한 주머니는 아니더라도 보름달만큼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 가족뿐 아니라 스치는 이들도 근심 걱정 덜하길 바래보자. 세상사는 이들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기를 기원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