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새터새바람
내몰리는 노점상
정 정 호발행인
2006-04-14 16:15
계획없는 강압철거, 집단행동만 부른다

수 년간 꾸준히 증가한 노점상의 철거를 놓고 구청과 노점상사이의 실력행사가 시작됐다.

구청은 용역업체까지 동원, 노점 밀집지역의 정비를 시도하고 있고, 노점상들은 노점상 대로 노점상연합회를 중심으로 세력을 결집, 강제철거에 대항하는 한편 구청 앞 등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 강제철거는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 시작돼 서대문구 뿐만아니라 서울시 전역에서 실시, 크고 작은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국 노점상연합회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반발이 있는 데다 이들에 대한 대책을 거의 세우지 않은 채 철거를 진행, 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각 구청마다 단체장이나 간부 공무원의 입장에 따라 대응 강도가 다르고, 기존 노점상의 생계대책과 신규 노점상의 억제 방안 등 세부적인 사후 관리방안이 제대로 시달되지 않아 철거에 임하는 공무원들 조차 답답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지난 12일 신촌 일대의 노점상철거에는 구청 직원과 용역업체 직원 등 100여명을 투입됐으나 2대의 포장마차를 수거하는 초라한 실적을 올렸다.

이날 노점상들은 철거반원들을 포위하고 4시간 여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여 양측에 부상자가 속출하고, 일부 노점상은 경찰에 연행되기까지 하는 등 강력히 저항 했다. 그러나 현장의 급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구청의 담당 과장과 국장, 부구청장 등 책임 있는 공무원은 뒤늦게 현장을 방문하는 등 철거업무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전날인 11일 모래내 노점상들이 구청을 방문했을 때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화를 시도하는 등 민원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현관문을 굳게 잠그고 시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그들을 달랠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이번 노점상 단속은 90년대 초 서울시가 행했던 대대적인 노점상철거를 기억나게 한다.

중앙집권시대 였던 당시 서울시는 각 구청의 일사분란한 대응으로 혁혁한 성과를 올려, 한동안 거리에서 노점상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IMF이후 급속하게 증가한 노점상은 곳곳에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소상인의 생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경제를 파탄에 빠뜨린 정치지도자들에게 있겠지만 그간 노점상문제를 방치해 온 자치단체의 책임도 적지 않다. 따라서 노점상문제는 노점상이 생기기 시작한 기간 만큼이나 긴 시간과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될 것을 각오하고 접근해야 한다. 대책이 없는 철거는 반드시 저항을 부르게 되고, 극빈층을 사지로 몰아 넣어 또다른 사회 문제를 양산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노점상의 철거는 시민의 안전이 위협 받는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강하게 추진하되, 생계형 노점상들을 위한 복지 및 생활대책도 함께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의 지시를 수행하는 구청은 이러한 사후 대책을 빨리 제시 하도록 시에 강력히 요구할 것을 주문한다. 별다른 성과 없이 하위직 공무원과 노점상만이 피를 흘리는 최악의 사태는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