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마다 명절에 차례를 지낸다. 그러나 명절 차례가 부담스럽다거나 즐겁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 요인을 분석하면 첫째, 과중한 여성들의 노고다. 명절날은 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음식을 장만하고 설거지하느라 과중한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이 부녀자들의 즐겁지 않은 이유이다. 둘째, 차례에서 여성들이 소외되어 왔다. 차례를 지낼 때 주부와 여성들은 제외된다.
원래 「주자가례(朱子家禮」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차례를 지내도록 하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여성의 역할이 없어졌다. 셋째, 주례(酒禮)로 인한 문제점이다. 명절날 제상에 올린 술을 음복하고 술자리가 이어져 부모형제와 친척 간에 말싸움이 일어나곤 한다. 넷째, 신주(神主)를 둘러싸고 종교간 갈등이 일어난다.
명절차례, 찻상을 복원하자
고려시대에 모든 예식은 차로 지냈다. 이러한 전통은 조선 초기까지 이어졌으나 그 이후 점차 차가 점하고 있던 자리를 술이 대체하게 된다. 이것은 국가의 체계가 불교에서 유학으로 바뀌면서 불교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차례를 손질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차례라는 이름을 바꾸지 못한 이유는 「주자가례」때문으로 보인다.
주자는 『보름날 아침에는 차를 쓴다』고 하였는데 추석에는 술과 고기를 올리지 않고 차와 과일만 올리는 그림이 「망일불출주도(望日不出主圖)」에 나와 있다. 추석에는 아예 차와 과일만으로 지내니 이는 분명 차례가 분명하다. 차례란 원래 차를 사용한데서 나온 이름인데 조선시대를 거치며 이름만 남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금에 맞는 차례를 지내자
예란 시중(時中)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국가와 민족에 따라 다르고 시대에 따라 변모되어 왔다. 또한 예는 형식보다 마음을 중요시한다. 예의 정신은 변할 수 없으나, 예의 형식은 시대에 맞춰 변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러나 예식이 시대에 맞춰 발전하지 못한지 오래다.
지금 시대는 첨단 과학시대인 21세기이다. 남성우위의 대가족 제도와 농경을 위주로 하던 시대의 차례법이 지금에 맞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오로지 옛 형식을 지키려고만 힘쓰는 동안 다들 예의 정신을 잃어버리는 상황에 놓인 게 현실이다. 차례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주자가례」에 따른 추석차례법은 현재 차례를 통해 야기되는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주자가례의 추석차례를 기준으로 삼아 차례(茶禮)를 복원하자고 제안한다. 주자가 제시한대로 신주(神主)를 내지 않고 차와 간단한 과일로만 차례를 지낼 경우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 대부분이 해결될 것이다. 부녀자들은 음식장만에 허리가 휘지 않을 것이고, 차례에서 남녀 평등의 예법이 살아날 것이다. 지금껏 차례를 끝내고 술판을 벌이는 통에 부녀자들과 아이들은 참여하지 못한 음복의 시간에 덕담을 나누고, 신주를 내지 않고 지내면 종교의 갈등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혹 지금껏 사용해온 예법을 도저히 바꾸지 못하겠다는 가정도 있을 것이다. 그런 가정에서도 최소한 술 곁에 차를 나란히 올려 여성의 위치를 동등하게 복원해 주도록 하는 것이 시대에 맞다. 또한 차도 작설 등의 녹차를 위주로 사용하되 전통적인 대추차 생강차 등의 차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다양한 차 문화가 번성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차례의 본뜻을 이해하고 시대에 맞는 차례를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