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탐방
격무부서/건설관리과 가로정비계
김화영 기자
2006-04-14 16:12
노점 단속으로 극심한 스트레스 시달려
일주일 1~2회 야근, 수당은 월 10만원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태도를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들의 보장된 지위를 철밥통에 비유하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느슨해보이는 공직사회 안에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격무에 시달리는 부서는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기피부서로의 인사를 면하기 위해서는 특히 「줄타기」가 중요한 곳도 공직사회다. 가장 어두운 현장에서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근평 등 혜택에서는 소외되는 부서도 있다. 그 현주소를 조명해보기로 하고 첫 부서로, 구청 건설관리과 가로정비계를 찾았다. <편집자 주>


대대적인 노점단속 실시로 인한 노점연합회측의 시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구청 건설건리과 가로정비계는 비상사태다. 지난 2003년 구의회 사무국에서 가로정비계로 자리를 옮겨온 김영민(54) 계장은 벌써 2년째 노점 상인들과 부딪히면서 매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30여년의 공직생활 이래 최대의 위기』라고 심경을 토로하는, 피곤에 절어있는 그의 표정없는 얼굴만으로도 지난 2년간의 노고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매번 노점상인들과 얼굴을 붉히는 일이 하루 일과가 돼버린 지금, 가로정비계 직원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진지 오래다. 반복되는 노점 단속 과정에서 심한 욕설이나 몸싸움 등을 감수하는 것은 예삿일. 성격이나 말투마저 변해버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가족이나 주변사람들로부터 「변했다」는 얘길 많이 듣게 되니 대인관계마저 자연스레 소극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고충은 일상생활에서도 이어진다. 가로정비계 공무원들은 업무시간 외에는 감히 신촌 일대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고개 빳빳히 들고 활보했다가 노점 상인들로부터 봉변이나 당하진 않을까」 걱정이 따르다 보니, 졸지에 죄인이 돼버린 심정이다. 단속을 실시하면서 가슴 짠한 일도 어디 한 두 번 이겠는가. 연로한 생계형 노점상인에 대해 단속을 실시해야할 때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김 계장은 『대개의 타 부서가 서민들을 위한, 베푸는 행정이라면 가로정비계는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뺏어오는 일이 업무』라며 그 답답함을 드러냈다. 일주일에 1~2회의 야근을 감수하는 것도 이젠 당연한 일이 됐다.

노점상인들의 활동시간이 대개 늦은 저녁부터 시작되다보니, 야근은 보통 11시까지 이어진다. 이렇게해서 이들에게 돌아오는 특별혜택(?)은, 교통비와 식비를 포함한 월 10여만원의 수당이 전부. 저녁내 노점상인들과의 실랑이로 지친 몸을 이끌고 택시로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니, 오히려 교통비를 보태야 하는 실정이다.

힘들게 일한다고 해서 어떤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해서 결코 승진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부서에 배치를 받고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나갈 궁리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인사이동 신청을 하더라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실정이다.

매일 반복되는 격무에 시달리면서 하루를 힘겹에 「버텨내야」하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통해 사기를 진작하는 게 마땅할 것으로 보인다. 「운 좋게」 햇볕 받는 부서에 배치 받아 능력을 발휘하는 공무원보다 나은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