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함부르크의 알토나 박물관에서는 영화 이전의 영상과 영사기 역사의 현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영상의 역사전」을 연 적이 있다. 인공적 빛을 이용해 이미지를 벽이나 스크린에 투사해 볼 수 있는 기구 등 영상의 역사가 시작되는 첫 걸음부터 시작해 그림상자, 애니메이션, 사진, 영화 등 영상의 발전사를 시기에 맞게 전시해 성황을 이뤘다.
이제는 영사기의 모든 것, 멀리 함부르크를 찾지 않고도 서대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연희동 파인허브 내 영사기박물관이 바로 그곳. 김동일 사장은 20년 가까이 영사기를 수집해 온 「영사기 마니아」로, 이미 본지를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영사기 중 가장 희귀한 것은 어떤 것일까? 그는 국내에서도 몇 점 되지 않은 촛불영사기를 꺼내 들었다. 촛불영사기는 전등이 발명되기 이전인 1800년대 중·후반에 독일에서 만들어진 가정용 영사기다. 이 당시만 해도 활동사진기로 불렸던 촛불영사기는 기계내부에 촛불을 켜놓고 그 빛을 이용하기 위해 반사경과 볼록렌즈 장치를 겹으로 내부에 설치했으며, 필름을 하나씩 손으로 돌려야 영상을 비췄던 영사기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1850년대부터 작은 체구에서 모두를 감동시켰던 영상이 나왔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전기가 있기 전부터 영사기가 존재했다는 사실도 놀랍다. 김동일 사장은 당시 영사기를 통해 상영됐던 슬라이드까지 가지고 있어 지금도 촛불영사기를 통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손으로 돌리는 영사기도 눈에 띈다. 16mm 가정용 영사기로, 전기가 발명됐던 1910년 이후에 나온 영사기지만 모터가 없어 직접 손으로 돌려야 하는 수고를 통해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영상들은 소리가 없었기 때문에 1인 다역을 하면서 영상의 내용을 설명해주는 변사가 존재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영상과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줬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김동일 사장이 영사기를 수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옛 것에 대한 향수」다. 옛날, 광목천막이 펼쳐져 있던 운동장 등 공터에서 상영했던 영화 한 편. 돈이 없는 사람들은 쌀과 보리로 입장료를 대신했으며, 몰래 영화를 보기 위한 사투 아닌 사투를 벌여야 했던 기억들 모두 아련한 추억이 됐다. 그 때 돌아가던 영사기에서 비춰주는 영상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형편없는 화질이었지만, 조작미숙으로 꺼지기라도 할라치면 여기저기서 큰소리가 터져 나왔던 그 때 그 시절.
김동일 사장은 영사기를 통해 그 시절을 회상한다고 전한다. 그는 영사기 외에 어렸을 때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다양한 소품들도 소장하고 있다. 지금은 이름만 가지고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배우들이 출연했던 다양한 영화 포스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썼을 법한 낡은 카메라, 조용하게 마음을 울리는 축음기 등 타임머신을 타고 옛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김동일 사장은 『취미로 모으기 시작했던 영사기와 관련 소품들이 교육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청소년들에게는 어른들을 이해하고, 그 시절을 상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때문에 서로의 공감대 형성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역사적, 교육적 가치가 풍부한 영사기와 다양한 소품들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김동일 사장의 꿈. 독일 함부르크의 알토나박물관처럼 시대별로 정리해서 각 영사기에 대한 설명과 영상의 역사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누구나 찾아와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또 영사기와 그에 얽힌 역사공부까지 할 수 있는 곳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