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초등학교가 첫 동화구연대회를 연 지난 12일, 지하강당엔 늦깍이 초등학생들의 동화구연이 펼쳐졌다. 못 배운 설움을 안고 반평생 이상을 살아오다 양원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과정부터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50대-70대의 어르신들은, 이날 그들에게 귀로만 익숙해져 있었던 동화를 직접 읽고 연습해 구연에 나섰다.
놀부의 제비집 찾기, 사자와 쥐 등 어렸을 적 할머니에게 듣거나 책으로 읽었을 법한 이솝 이야기가 구성지게 구연됐다. 경제적 어려움, 사회분위기 등의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이들에게 이날 대회는 의미가 남달랐다.
조현주 씨(60·양원초1)는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시절, 여자는 가르치면 안된다는 할머니의 말씀 때문에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며 『지금도 식구들 모르게 다니는 학교지만 뒤늦게나마 배움의 길을 걷게 된 것이 내겐 생활의 새 즐거움이 됐다』고 밝혔다.
한글을 알지 못해 겪었던 서러움은 옛이야기, 이들은 서투른 솜씨로나마 책을 읽고 생각을 글로 담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 자신감을 얻었다. 배월순 씨(60·양원초3)는 『내가 그동안 배운 한글로 동화책을 스스로 읽어 이해하고, 연습한 것으로 남들에게 웃음까지 줄 수 있다니 행복하다』며 『배움과 이런 자리(대회)를 통해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70대의 노령으로 학생의 길로 접어든 어르신도 대사를 까먹는 등 실수를 연발했지만 동기들의 격려어린 박수로 힘을 얻어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김순임 씨(72·양원초1)는 『앞으로 살 날 보다 살아온 날이 어쩌면 더 많을지 모르지만 배움의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하다』며 『「오봉산의 분꽃」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 막내딸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함께 배우는 즐거움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전재만(71), 박용임 씨(70·양원초1) 부부도 이날 「놀부의 제비집 찾기」로 호흡을 맞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유영순 교사는 『책을 읽는 것에 겁을 내고 글자 자체에 거부반응을 보였던 학생들도 동화책을 통해 교육하니까 쉽게 이해하고 이야기 줄거리에 호기심을 갖고 공부했다』며 동화구연의 장점을 설명했다.
유교사는 또 『앞으로 이같은 동화구연의 장점을 살려 매년 계획하고 있는 동화구연대회를 갖기 전 예선전의 일환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반별 대회를 열어 계속해서 수업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수줍은 미소를 띠면서도 무대 위에서 전업 배우 못지않게 열연을 펼치는 이들에게서 그동안 겪었을 서러움과 배움의 기쁨이 교차하는 듯했다. 이들에게 이날 대회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첫걸음에 힘을 싣는 자리로 기억됐다. 한편, 양원초등학교는 배우지 못한 사람이 겪는 아픔을 공감하고 그 고통을 해결해 주고자 지난 2005년 문을 연 성인대상 학력인정 학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