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작은이가 만드는 큰 세상
조 월 순 씨/홍은2동
최연희 기자
2006-07-19 16:38
“꽃보다 아름다운 그녀”
홍은2동 곳곳 꽃 심어 이웃에게 자연 선사
이웃들 꽃보며 웃는 모습에 행복해
항상 꽃과 함께 하는 조월순씨의 미소가 아름답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끼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어쩐 일인지 홍은2동 일대에 가면 푸른 나무들과 꽃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 일까? 이른 새벽 7시께 홍은초등학교 뒤쪽 도로변에 가보니 한 아주머니가 꽃을 심는 모습이 보인다. 홍은2동 8-735번지에 사는 조월순 씨(65)다. 조월순 씨는 매일 아침 일찍 이곳에 나와 꽃을 심는다.

『이렇게 예쁜 꽃들을 혼자 보긴 아깝잖아요. 어떻게 나만 봐요?』라는게 이유다. 주민들이 꽃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함을 느끼는 그녀, 꽃들이 그녀에겐 엔돌핀이다. 덕분에 도로변을 걷는 주민들도, 자동차를 운전하며 이곳을 지나가는 이들도 예쁜 꽃들을 실컷 구경할 수 있다.

간혹 그녀가 심어놓은 꽃을 몰래 뽑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꽃이 좋아서 뽑아가는 거니까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조씨에게서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씨가 엿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 그녀의 집과 이어지는 언덕길을 오르는 내내 푸른 광경이 연출된다. 다름아닌 그녀의 손길이다. 담벼락이며 마당을 예쁘게 가꾸도록 이웃들에게 꽃을 선물하고 직접 심어주기도 한다.

집안 청소는 자신 없어도 꽃기르기 하나는 자신 있다는 조월순 씨. 집에서 취미생활로 꽃을 기르던 중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5년 전부터 매일 집을 나서 꽃을 심는단다. 그녀가 기르는 꽃은 해바라기, 무궁화부터 공작선인장, 카사브랑카, 튤란, 세발, 물망초 등 일반 가정집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꽃들까지 다양해 100여가지나 된다.

꽃들을 보기 위해 그녀의 집을 찾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이웃주민 김경래 씨는 『꽃이 너무 예뻐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일부러 올라와서 보곤 해요』라고 말한다. 또, 그녀의 집 앞으로 나있는 좁은 산길을 따라가 보면 그녀만의 미니 정원이 있다. 이 정원에도 그녀가 심어놓은 꽃들이 가득하다. 이 길은 북한산의 탕춘대성과도 연결돼 이쪽 지리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녀가 심은 꽃을 보기 위해 일부러 길을 돌아가기도 한단다.

『과꽃이라 지금은 피어있는 꽃이 많이 없지만 가을에 오면 정말 예뻐요. 꽃의 화려함에 놀랄 거예요』 식물에 관한 지식이 깊은 것도 아닌지라 체계적으로 가꾸는 것도 아닌데 그녀가 꽃씨를 뿌린 곳에는 꽃들이 무럭무럭 잘도 자란다. 식물도 사랑으로 키워야 한다는 말이 그냥 지어낸 말이 아님을 증명하듯 그 비결에 대해 조씨는『특별히 비료를 쓰지 않아요. 그냥 사랑과 정성으로 길러요』라고 얘기한다. 마음도 넉넉한 그녀다.

미니정원에서 키우는 상추들을 봉지 가득 담아 이웃에게 돌아가며 나눠준다. 『남편이랑 저 둘만 사니까 이렇게 많이 필요 없어요. 이웃들에게 주면 참 좋아해요. 내가 상추 주기만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 걸요?』라고 말하는 조씨의 얼굴에 기쁨과 보람의 표정이 역력하다.

이웃과 나누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는 그녀. 65세의 나이에도 꽃처럼 아름다운 미모를 유지하는 건 다 이런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