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작은이가 만드는 큰 세상
외로운 할머니 아들 되어준 경찰관
최연희 기자
2006-06-26 15:16
주민들에게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라 불려
밝게 인사하는 이웃 보며 경찰직 보람
서대문경찰서 가좌지구대 고성호 경사가 조씨 할머니를 찾아 음료수를 전하고 있다.

저녁 무렵 서대문경찰서 가좌지구대 고성호 경사는 선풍기와 음료수를 들고 좁은 골목길로 향한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지하로 신발 한 켤레가 놓인 쪽방이 보인다. 그 안에서 한 할머니가 환한 웃음으로 그를 맞는다.

방 한칸에 이불, 조그만 냉장고, 몇 개의 그릇과 수저가 살림 전부인 조씨 할머니(77). 좁은 방이지만 할머니에겐 너무 큰 방같이 쓸쓸히 느껴지는 공간. 고경사가 오니 방이 꽉찬 듯 느껴진다. 누구하나 찾아오지 않는 쓸쓸한 방에 혼자 사는 조씨 할머니는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고경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고경사는 할머니의 손을 어루만지며 그동안 힘든 일은 없었는지, 건강은 어떤지 안부를 묻는 걸로 인사를 대신한다.

한여름이 다가오기 전, 찜통같은 쪽방에서 혼자 여름을 나실 할머니를 걱정해 고경사는 준비해온 선풍기를 벽에 달아 드린다. 『이건 바람 강약 조절하는 거고요, 이렇게 누르면 회전, 다시 누르면 고정되는 거에요. 아시겠죠?』 선풍기를 돌리는 방법을 친절히 설명해드리는 고경사와 진지하게 설명을 듣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꼭 모자 같다.

고경사가 할머니를 처음 알게 된 건 그가 조씨 할머니가 사는 남가좌2동 일대에 조사를 나왔을 때였다. 허리가 불편한 할머니가 혼자 사시는 걸 발견하고 말벗이라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발걸음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온 것. 경기도 고양시에 살면서 서대문 내 경찰서로 출퇴근한지 5년. 고양시 주민이지만 서대문 주민들 사이에서 더욱 유명한 그다.

주민이 이삿짐 옮기는 일조차 지나치지 않고 도와주는 그를 지역주민들은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라고 칭한다. 모래내 서중시장 일대를 돌며 술 먹고 쓰러진 사람들을 깨우고, 도둑을 잡는 것이 일상인 그. 민원이나 불편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힘든 일을 하는 가운데에도 『안녕하세요』, 씩씩한 목소리로 인사하며 항상 밝은 미소를 짓는다.

경찰을 하며 가장 보람될 때를 물으니 만나면 밝게 웃어주는 주민들을 볼 때라고 답한다. 또, 자신보다 더 열심히 소리없이 봉사하는 동료와 선배의 이야기도 빼먹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업무지만 고 경사의 선행은 삶의 일부처럼 녹아있다.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역할을 솔선수범하는 그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꿈꾸던 경찰의 참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