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는 사무엘 베케트의 소설 「고도를 기다리며」의 첫 문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나왔다. 눈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액체이다. 비 온 뒤에 무지개가 생겨나듯, 눈물을 흘려야 그 영혼에도 아름다운 무지개가 돋는다는 말이 있다.
지난 1일, 미 플로리다 주 올랜도 리유니온 리조트 골프장(파 72,6531야드) 에서 열린 LPGA투어 진 클럽스 엔드 리조트 오픈 최종일 경기. 「슈퍼땅콩」 김미현(29 KTF)이 우승컵을 안고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지난 3년 9개월만의 우승이었던 것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든든한 대기업의 후원을 등에 업고 보무도 당당하게 세계무대를 노크했던 박세리와는 달리, 온가족이 벤에 의지하여 미국을 떠돌던 그녀의 의지가 이미 그 해의 신인왕을 비롯해 대회 통산 5승을 거뒀고, 맏언니의 역할까지 담당함으로서, 우리 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그 동안 준우승 2회를 포함 톱10에 31차례나 올랐지만, 우승컵은 늘 그녀를 외면했던 것이다.
이로서 그녀는 투어 통산 6번 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고, 한국선수들은 올해 8개 대회에 출전해 이미 4승을 합작하는 기염을 토했다. 오랫동안 우승을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코스의 전장이 자구만 길어지고, 다른 선수들이 모두 장타를 쳐 대니까 더욱 우승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역시 마지막날 우승을 다투었던 무서운 상승세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메이저 사냥꾼 캐리 웹(호주), 골프 여재 아니카 소랜스탐(스웨덴) 이들 모두 내노라하는 장타자들이다.
김미현이 눈물을 흘리던 그 시간, 박세리(29 CJ)도 가슴이 뜨거웠다. 마음고생을 함께 했던 그녀 역시 김의 화려한 부활을 지켜보면서 자신도 곧 재기의 날이 머지 않았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날 김의 선전에 고무된 듯 박도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려, 부활의 징후를 보여줬다. 대회 최종일 박은 3언더파 69타를 기록,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9위에 올랐던 것이다. 통산 22승으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박에게 톱10의 의미는 그리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악의 부진의 늪을 헤매던 박에게 이번 대회의 공동 9위가 주는 교훈은 클 수밖에 없다.
지난 '04년 8월 제이미파 오웬스 코닝 클래식 이후 단 한 차례도 리더보드에 이름을 올려보지 못한데다, 설상가상 60대 스코어를 기록한 것도 역시 '04년 8월 대회 최종라운드 이후 처음이었다. 이미 아마추어 국가대표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이자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김미현은 『리더보드에 세리 이름이 올라온 것을 보고 너무 기뻤다. 우리 둘 다 그동안 너무나 힘들었는데, 내가 우승을 했으니 세리도 부활 할 것을 믿는다』고 반겼다.
누가 그랬던가!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고, 김미현의 밖으로 드러난 눈물과, 하루 10시간의 맹훈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애쓰는 박세리의 속으로 흘리는 눈물의 참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진 클럽스 앤드 리조트 오픈 최종일 경기를 마친 날 카메라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던 김미현 선수 말고도, 적어도 한사람 이상은 기쁨의 눈물을 삼키고 있었을 것이다. 분명히 단언 하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