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을 떨게했던 유영철이 경찰에 덜미가 잡힌 지 2년여. 특히 그가 살인을 저지른 후 시체를 묻었던 곳이 관내 봉원동이었다는 사실로 구민 전체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서대문구는 여전히 사건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인터넷에서 서대문구를 검색하면 기분 좋은 소식보다는 얼굴이 찌푸려지는 소식들이 먼저 보인다. 사건사고가 많은 서대문구,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아봤다. <편집자주>
최낙도 전의원, 공천헌금 덜미
홍은동 모호텔서 민주당 사무총장에 4억원 전달
공명선거를 외치는 선관위의 문구와는 달리 지하에서는 아직도 공천헌금이 오가는 등 돈선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홍은동 모호텔서 최낙도(68) 전 민주당 의원이 조재환(57ㆍ구속) 민주당 사무총장에게 공천청탁과 함께 4억원을 건넸다. 경찰에 따르면 최 전의원은 홍은동 모호텔 컨벤션센터 앞에서 현금 4억원이 든 사과상자 두 개를 조씨의 승용차에 실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최 전의원은 『김제시장 공천을 받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낙도 전의원은 지난달 28일 고양시 일산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그는 『공천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돈을 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전의원의 도주를 도운 전모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아파트 매달린 도둑 “살려줘~!”
절도보다 목숨 소중해
서대문구 현저동 K아파트 옥상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가 가정집에 침입하려던 50대 절도범이 22층 근처에서 힘이 빠져 구조를 요청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오전 7시15분경, K아파트 경비원 양모(60)씨는 한 남자가 아파트에 매달려있다는 신고를 받고 달려갔다. 그가 도착했을 때는 양복차림의 신사가 23층짜리 아파트의 22층 높이에서 밧줄에 매달려 『119에 신고해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양씨는 그 즉시 119에 신고했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옥상으로 올라가 밧줄을 끌어올린 덕에 양복 신사는 20분만에 구조됐다.
구조할 당시 소방대원이 『왜 여기 올라왔느냐』고 묻자 중년남자는 『집에 들어가려고 했다』고 대답했다. 『저 집이 아저씨 집이냐』고 재차 묻자, 『아니다. 자세한 건 묻지말고 구조부터 해달라』고 말했다는 것. 구조 후 조사해보니 그는 지난해 4월 절도미수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1월 출소한 윤모(69)씨였다.
윤씨는 전날 술을 마시고 이 아파트 옥상에서 잠을 잔 뒤 아침에 일어나 아파트 도색에 사용됐던 10m 길이의 밧줄과 드라이버를 발견하고 금품을 훔치고자 했던 것. 밧줄 한쪽 끝을 옥상의 파이프에 고정시키고 다른 쪽을 자신의 양쪽 허벅지에 동여맨 뒤 위험한 범행을 시작했다. 윤씨는 조모(78)씨의 집 창문으로 다가가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갑자기 균형을 잃어 창문을 열 때 사용하려던 드라이버를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결국 아파트에 침입하지 못하고 매달려 있다가 팔에 힘이 빠진 것을 느낀 윤씨는 결국 범행을 포기하고 구조를 요청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이날 윤씨에 대해 특수절도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전과 6범인 윤씨는 절도를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것만 이번이 네 번째였다.
홍제동 일가족 동반 자살
친척들에 진 2억 빚에 생 마감
최근 평범하게 살아오던 중산층 가족이 동반자살하거나 가족을 살해하고 뒤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경제적으로 몰락한 가장들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인 관심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5일 서대문구 홍제동 I아파트에 살고 있는 범모(46)씨의 집에서 범씨와 부인(46), 아들 두 명(10세, 8세)이 숨져 있는 것을 범씨의 처남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범씨는 욕실에서 목을 맨 채였으며, 부인과 두 아들은 안방에서 나란히 누운채 숨져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한 처남의 말에 따르면 전날 자정쯤 전화해 『우리 집에 와달라』며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는 것. 다음날 처남이 집으로 찾아갔을 때는 이미 일가족이 숨진 후였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는 데다 거실에서 발견된 유서 4장을 통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수사를 결론지었다.
유서에는 부모와 동생에게 진 빚 2억원의 내역과 함께 『아내와 나는 두 자식과 함께 생을 마감하기로 했다』고 적혀있었다. 범씨는 1980년대부터 민주당 당직자로 활동, 2004년 총선 때에는 민원국장을 지내기도 했으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직해 최근까지 실직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발바리 15개월만에 체포
원룸, 다세대 노려 성폭행 일삼아
서대문과 마포 일대를 돌며 성폭행 및 추행, 금품 갈취 등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마포발바리 김모(31)씨가 1년3개월만에 덜미가 잡혔다. 김씨는 지난 1월부터 마포, 서대문, 용산 일대의 다세대, 원룸 등에서 혼자 살고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강간 범죄가 1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절도가 10건, 강도ㆍ절도가 각각 5건 등 35차례에 걸쳐 강도ㆍ강간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로써 김씨가 20건의 성폭행을 포함해 모두 35건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히며 『약 1년 반 동안 끌어온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7개월간 동거한 애인이 지난해 1월 가출한 뒤 성욕을 채워줄 동거녀를 찾기 위한 비용 마련을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한편 김씨는 17세 때부터 지난해까지 어머니와 함께 마포구 아현동 일대에 살면서 이 지역 지리에 익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방범이 허술하고 골목이 복잡한 주변의 다세대주택이나 원룸촌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는 지나다니는 행인이 드문 골목에 있는 집들을 2~30분간 지켜보다가 여자 혼자 있다고 판단되면 침입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문단속을 잘하고 방범 창살을 꼭 설치한다 △방문객은 신원 확인 뒤 안전고리를 걸어놓고 대화한다 △휴대전화 단축번호 0번에 112를 입력해 놓는다 △주차관리인이나 CC-TV가 있는 주차장을 이용한다 △택시 탈 때 합승하지 않는다 등 성폭력 범죄 예방 수칙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