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4명 가운데 1명꼴이 비문해자입니다. 대부분 빈곤이나 전쟁 등 사회적 상황에 의해 배움의 기회를 놓친 분이 많죠. 본인의 잘못이 아닌데도 그것을 부끄러워 하는 분들이 많아요. 문해교육을 통해 그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홍은종합사회복지관 문해교육 강사 이은주 씨(38·한국문해기초교육연합회 사무국장/전국야학협의회 고문)의 바람이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홍은복지관의 한글교실 강사를 자원, 지역의 교육 소외계층을 위해 월요일, 수요일마다 봉사하고 있다. 인간에게 기본으로 주어진 교육받을 권리와 학습할 권리조차 누리지 못한 이들을 위해 나선 것. 그가 이렇게 문해교육에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것은 누구보다 못 배운 설움을 잘 알기 때문이다.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에 입학하자마다 중퇴를 해야 했어요. 야학에 다니며 검정고시를 준비, 중·고등학교 학력을 인정받고 방송통신대학까지 다닐 수 있었죠』 이강사는 10여년간 무등야학에서 교장을 맡으며 교육봉사를 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보는 날이 가까워오면 새벽부터 밤까지 학교를 지키며 복습을 도와주곤 했다. 당시에 다니던 회사도 야학 때문에 몇 번이나 사표를 냈을 정도. 서울로 집을 옮긴 후에도 3년씩이나 광주로 출퇴근하며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그러나 과다한 업무가 계속되다 보니 건강이 많이 나빠졌고, 결국 교장직을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를 이어 교장으로 나서는 교사도 없자 그가 퇴임한 후 자연스럽게 무등야학도 폐교되고 말았다. 10여년을 몸바친 야학이 문을 닫자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던 그지만 지금 살고 있는 서대문지역에서 또 다른 교육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할 수 있음을 감사히 여기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중년부터 70대까지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교육하지만 여느 학교 선생님처럼 이강사는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단다. 이강사는 『지금의 비문해자 대부분은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일제시대, 한국전쟁 등 사회적 상황 또는 가정형편으로 교육의 기회를 놓친 것인데 못 배운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서 스스로를 사회에서 소외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민족의 굴욕사를 겪어낸 이들이 비문해자라는 이유로 경제활동에서 소외되고 양극화의 희생계층이 되고 있으니 더욱 안타까운 실정. 이강사는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듣기, 쓰기, 말하기, 알파벳, 한자 등 다양한 기초와 사회, 문화, 경제, 정치 분야의 기본지식 및 정보도 함께 가르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간단한 읽기, 쓰기, 셈하기의 기초능력을 보유한 수준을 문해의 개념으로 봤던 과거와 달리 현대 문해는 단순한 문자자체의 식별, 해독능력을 넘어서 삶의 많은 영역에서 요하는 기본적 지식과 기능, 그 활용능력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즉, 성인 4명당 1명꼴이 비문해자에 속한다는 얘기다. 문해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배움의 한을 갖고 살아가는 분들께 희망을 주는 이은주 강사. 『비문해자에 대한 인식이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한편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 내년 시행 예정인 개정된 평생교육법은 초·중학교, 평생학습센터, 야학 등에 개설된 문자해득 교육프로그램만 이수하면 검정고시를 거치지 않고도 학력을 인정하도록 할 방침이어서 희소식이 되고 있다.